백산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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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산후의 건강관리
  2002-10-30
“우리 때는 산부인과가 어디 있냐! 밭에서 김매다 배 아프면 방에 들어가 산파 도움을 받거나, 그나마 산파도 없으면 혼자 애기를 낳았단다. 너희들은 못 믿겠지만 그리고는 쉴틈도 없이 조금 누웠다가 해지기전 다시 밭에 나가 마저 덜 맨 김을 끝내고 돌아 온 적도 있단다. 요사이 산모들처럼 그런 호들갑은 떨지 않았단다.”
우리의 할머님이나 어머니가 사셨던 시절의 고생담을 듣다 보면 가끔 나오는 얘기이다.
물론 약간의 과장도 섞었겠지만 시골에서 내 처를 집에서 낳으신 장모님 말씀을 들어보면 거의 사실인 것 같다.
과거에는 임산부들이 유체적인 노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하초가 특히 발달이 되었다. 자궁이 튼튼하여 자연유산의 염려를 덜어 줄 수가 있었고, 태아도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어 아기가 거꾸로 들어서는 역산의 경우도 적었다. 역산이 되더라도 산모의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돌려서 낳게 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임신 중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출산 시에는 오히려 고생을 덜 하는데, 출산후에도 적절한 조리가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몸 관리가 되지 않아 나이 들어서 흔히 “삭신이 쑤신다.” 라고 표현하는 산후 풍으로 많은 이 땅의 어머니들이 시달린다.
출산 후에는 허약해진 살과 근육들이 수축하고 다시 탄력을 얻어 힘을 낼 수 있기 전까지 무거운 것을 들지 말고 찬바람을 쐬거나 찬물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찬 물에 손을 대면 땀구멍이 늘어져 열려 있는 사이로 한기가 스며들어 시리거나 통증을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산부인과 적인 처치는 대부분 서양 의학적 방법이다. 그래서 출산 후에 특별한 주의 없이 찬 음료를 먹게 하거나 심지어 찬물로 샤워까지 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체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서양인들은 대체적으로 우리체질보다 양의 성질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찬 것이 닿아도 별문제를 안 일으키나 동양인 특히 우리나라 산모들은 각별히 주의하여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출산시 다량의 출혈도 산후풍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많은 양의 출혈은 혈압을 하강시키고 뇌하수체로 흐르는 혈액의 양을 줄어들게 하여 뇌하수체의 세포를 약화시킴으로 해서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몸의 빠른 회복을 늦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산후풍이 들어와 고생하게 된다.
다른 원인으로는 어혈이다. 분만시 출혈이 자궁 내에 이상적으로 잔류된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대개는 혈괴를 이루어 복통을 일으키게 하고 이것이 빨리 치료가 되지 않으면 전신증상을 일으킨 산후풍이 되기도 한다.
산후부종도 문제다.
산후에 몸이 부어 잘빠지지 않는 분들의 특징적인 현상은 부은 것이 살이 되고, 또 부은 것이 살이 되곤 하여 산후 급격한 체중증가로 인해 기혈의 정체로 인한 산후풍이 생기기도 한다.
증상으로는 첫째가 관절에서 찬바람이 술술 나온다고 표현하는 신린 증상이다.
각종검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쑤시며, 관절이 약해지거나 어깨가 걸리는 증세가 있다.
산후바람은 신경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써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잘 놀라기도 한다. 양방에서 얘기하는 류머티즘 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같지는 않다. 산후조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력감을 느끼고, 식욕을 잃고, 탈모가 일어나거나 관절이 아픈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어혈이 잔류되어 흔히 훗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면 파혈행혈하는 약을 써서 치료를 하고, 그 다음 바로 부족해진 기혈을 보충시키는 일이다. 보통 인삼과 백충, 당귀, 전궁, 황기 등으로 구성된 보허탕 등을 이용하여 기혈의 대보를 꾀한다.
산후에 하열이 계속되어 그치지 않을 때는 궁귀탕, 사물탕. 보기양혈탕, 등에 포황, 아교, 측백, 등을 가하여 처방을 하면 곧 지혈이 된다.
산후에 흔한 부종에는 사군자탕 가미방이나 보중치 습탕류를 쓰거나 민간에서 흔히 쓰는 늙은 호박을 이용한 호박 중탕도 아주 효과적이다.
역시 예방이 최고다.
산후조리의 요령만 안다면 어느 정도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첫째, 쉴 때면 똑바로 누워 삼 칠일 정도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둘째, 가벼운 운동을 하되 무리하지는 않는다.
몸조리는 무조건 꼼짝없이 누어있어야 되는 줄 아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씩 걷거나 간단한 체조를 통해서 산욕기의 감염을 예방하고 오로의 배출을 촉진하고, 자궁수축을 돕는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셋째, 좌욕을 자주하면 회음부의 열상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땀을 너무 많이 빼기 보다는 몸을 좀 덥게 한다는 기분으로 약간 피부에 땀기가 있을 정도가 좋다. 예전에는 난방시설이 좋지 않아 벽에서나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드는 것을 피하려고 이불을 덮어쓰게 했는데, 지금처럼 난방이 잘되는데도 불구하고 땀을 너무 내서 지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방 전체를 덥게 하면, 포대기로 꼭꼭 덮어 키우는 우리나라의 육아관습상 아기에게 여러 가지로 해로울 수 있으니 방은 너무 뜨겁게 하지 말고 산모 가 옷을 입어 몸을 덥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다섯째, 미역국만 들지 말고 우유, 채소, 곡류, 고기등 철분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한다. 다만 위장이 약해진 상태이므로 너무 기름지거나 단단한 음식이나 섬유질이 많은 것은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부터 먹도록 한다. 수유부일 경우에는 하루 2700kg를 먹어야 하며, 하루 3회보다는 4회 식사가 좋다. 단 짠 음식은 피하도록 한다.
여섯째, 가벼운 샤워는 관계없지만 입욕은 4주가 지나야 한다.
일곱째, 성생활은 한달 정도가 지난 뒤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에 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산후조리원이 생겨 많은 산모가 도움을 받는 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21세의 각광받는 직업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산후의 몸 관리가 평생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앞의 글을 참고로 몸 관리를 한다면 산후의 많은 후유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